"비 오는 밤, 죽은 자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저택...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2023년 개봉한 케네스 브래너 감독 및 주연의 영화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 "할로윈 파티"를 원작으로 한 세 번째 에르큘 포와로 시리즈입니다. 전작들과 달리 음산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강조하며, 이성과 논리의 화신인 포와로가 초자연적인 현상과 마주하며 겪는 내적 갈등까지 그려내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화려한 베니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한 살인사건과 그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어두운 욕망을 파헤칩니다.
기본 정보
- 개봉: 2023년 9월 13일 (한국 기준)
- 감독: 케네스 브래너
- 출연: 케네스 브래너(에르큘 포와로 役), 티나 페이(애리어드니 올리버 役), 양자경(조이스 레이놀즈 役), 제이미 도넌(닥터 퍼리어 役), 켈리 라일리(로위나 드레이크 役), 카일 앨런(맥심 제라드 役), 카밀 코탄(올가 세미노프 役), 주드 힐(리오폴드 퍼리어 役) 외
- 원작: 아가사 크리스티 - 소설 "할로윈 파티 (Hallowe'en Party)"
- 장르: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 범죄, 공포
- 상영 시간: 103분
- 등급: 12세 관람가
줄거리
"베니스의 낡은 저택, 죽은 딸의 영혼을 부르는 교령회에서 벌어진 끔찍한 살인사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케네스 브래너)는 은퇴 후 아름다운 도시 베니스에서 은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사건들로부터 등을 돌린 채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그에게 어느 날 오랜 친구이자 추리 소설가인 애리어드니 올리버(티나 페이)가 찾아옵니다. 올리버는 포와로에게 유명한 심령술사 조이스 레이놀즈(양자경)가 주최하는 교령회에 함께 참석하여 그녀의 속임수를 밝혀달라고 설득합니다.
교령회가 열리는 장소는 한때 고아원이었다가 지금은 오페라 가수 로위나 드레이크(켈리 라일리)의 소유가 된 낡고 웅장한 저택. 로위나는 1년 전 비극적으로 익사한 어린 딸 알리시아의 영혼과 대화하기 위해 교령회를 열었습니다. 저택에는 알리시아의 죽음과 관련된 다양한 인물들이 모여 있습니다. 알리시아의 주치의였던 닥터 퍼리어(제이미 도넌)와 그의 아들 리오폴드(주드 힐), 알리시아의 전 약혼자였던 맥심 제라드(카일 앨런), 저택의 집사 올가 세미노프(카밀 코탄) 등이 그들입니다.
할로윈 밤, 폭풍우가 몰아치는 가운데 교령회가 시작되고, 심령술사 조이스 레이놀즈는 알리시아의 영혼을 부르며 섬뜩한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포와로는 예리한 관찰력으로 레이놀즈의 트릭을 간파하려 하지만, 저택 안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들이 연이어 발생하며 포와로마저 혼란에 빠뜨립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레이놀즈가 누군가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폭풍우로 인해 외부와 완전히 고립된 저택 안에서 포와로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다시 한번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쳐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그는 죽은 자들의 원혼이 떠돈다는 저택의 괴담과 참석자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긴장감 속에서 용의자들을 심문하기 시작합니다. 각자의 비밀과 거짓말을 간직한 용의자들, 그리고 알리시아의 죽음에 얽힌 슬픈 과거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사건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듭니다. 포와로는 자신의 이성과 논리가 통하지 않는 듯한 초자연적인 현상들 앞에서 고뇌하며, 보이지 않는 범인과의 숨 막히는 두뇌 싸움을 펼칩니다.
결말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포와로는 저택에 숨겨진 비밀과 알리시아 죽음의 진실에 조금씩 다가섭니다. 알리시아는 단순한 사고로 익사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범인은 바로 알리시아의 어머니, 로위나 드레이크였습니다. 로위나는 딸 알리시아가 전 약혼자 맥심 제라드와 헤어진 후에도 그를 잊지 못하고 힘들어하자, 딸을 곁에 두기 위해 독성이 있는 협죽도 꿀을 조금씩 먹여 병약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녀는 딸을 통제하고 자신의 곁에 영원히 묶어두려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날 밤, 로위나는 실수로 과다한 양의 꿀을 알리시아에게 먹였고, 이로 인해 알리시아는 환각을 보며 고통스러워하다가 발코니에서 떨어져 익사하게 된 것입니다.
심령술사 조이스 레이놀즈는 교령회를 준비하며 로위나의 비밀을 눈치채고 이를 이용해 돈을 뜯어내려 했습니다. 로위나는 자신의 범행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하여 레이놀즈를 살해했습니다. 또한, 과거 알리시아를 진료했던 닥터 퍼리어 역시 로위나의 비밀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고, 죄책감과 트라우마로 고통받다가 결국 로위나에게 살해당합니다. (정확히는 로위나가 그가 자살하도록 심리적으로 몰아붙이고, 그가 남긴 협박 편지를 이용하려 했습니다.)
모든 진실이 밝혀지자 로위나는 절망하며 발코니로 향하고, 그곳에서 마치 알리시아의 유령에게 이끌리듯 아래로 떨어져 죽음을 맞이합니다.
사건 해결 후, 포와로는 인간의 비뚤어진 사랑과 집착이 불러온 비극에 깊은 슬픔을 느낍니다. 그는 다시 세상의 사건들을 외면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돕기로 결심하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감상평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은 케네스 브래너 표 포와로 시리즈 중 가장 독특하고 실험적인 작품입니다. 고전적인 추리극의 틀에 고딕 호러의 색채를 덧입혀 시종일관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유지합니다. 특히 물의 도시 베니스의 음산하고 신비로운 풍경과 낡은 저택의 스산함은 영화의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케네스 브래너는 더욱 인간적이고 고뇌하는 포와로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냈으며, 양자경, 티나 페이 등 실력파 배우들의 앙상블 연기 또한 훌륭했습니다. 다만, 원작 "할로윈 파티"와는 설정 및 내용 면에서 상당 부분 각색되어 원작 팬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초자연적인 현상과 현실적인 트릭 사이의 줄타기가 때로는 혼란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은 아름다운 미장센, 몰입감 있는 스토리, 그리고 인간 내면의 어두운 심리를 파고드는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매력적인 미스터리 스릴러입니다. 단순한 범인 찾기를 넘어 인간의 슬픔, 죄책감, 그리고 비뚤어진 사랑이라는 주제를 다루며 여운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