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개봉한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거액의 돈 가방을 중심으로 벼랑 끝에 몰린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처절한 욕망과 선택을 그린 범죄 스릴러입니다.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윤여정 등 대한민국 대표 배우들의 멀티 캐스팅과 촘촘하게 얽힌 스토리, 예측불허의 전개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1. 기본 정보
- 개봉: 2020년 2월 19일
- 감독: 김용훈
- 원작: 소네 케이스케의 동명 소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 출연: 전도연 (연희 역), 정우성 (태영 역), 배성우 (중만 역), 윤여정 (순자 역), 신현빈 (미란 역), 정만식 (박사장 역), 진경 (영선 역), 정가람 (진태 역) 외
- 장르: 범죄, 스릴러, 드라마
-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 러닝타임: 108분
2. 줄거리
"사라진 애인, 그리고 거액의 돈 가방. 절박한 인간들의 마지막 한탕!"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여러 인물의 시점을 오가며 과거와 현재를 교차 편집하는 독특한 챕터 형식으로 구성되어, 하나의 돈 가방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처절한 이야기들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입니다.
챕터 1: 빚 (Debt) - 태영 사라진 애인 연희(전도연)가 남긴 막대한 사채 빚 때문에 악명 높은 사채업자 박사장(정만식)에게 시달리는 세관 공무원 태영(정우성). 그는 연희를 찾아 빚을 청산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연희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합니다. 박사장의 압박은 점점 더 거세지고, 태영은 한탕을 통해 인생 역전을 꿈꾸지만 상황은 꼬여만 갑니다.

챕터 2: 호구 (Sucker) - 중만 평택의 한 목욕탕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중만(배성우). 그는 사업 실패 후 아내 영선(진경)의 구박과 치매에 걸린 노모 순자(윤여정)를 모시며 힘겹게 살아갑니다. 어느 날, 목욕탕 라커룸에서 엄청난 현금이 담긴 루이비통 가방을 발견하게 되고, 그는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이 돈 앞에서 갈등합니다. 가족의 생계와 도덕적 양심 사이에서 그의 선택은 위태로운 결과를 향해 치닫습니다.

챕터 3: 먹이사슬 (Food Chain) - 미란 술집에서 일하며 폭력적인 남편에게 고통받는 미란(신현빈). 그녀는 절망적인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에서 온 불법체류자이자 자신의 손님인 진태(정가람)에게 남편을 살해해달라는 위험한 제안을 합니다. 보험금을 타내 새 삶을 꿈꾸는 미란의 계획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며 그녀를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뜨립니다.

얽히고설킨 운명, 피 튀기는 생존 게임 이 세 개의 이야기는 '돈 가방'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점차 하나로 합쳐집니다. 중만이 발견한 돈 가방은 사실 연희가 계획적으로 빼돌린 돈이었고, 태영은 이 돈을 되찾기 위해 연희의 주변을 맴돌던 중이었습니다. 미란의 살인 계획 역시 돈과 얽히면서 예기치 않은 인물들과의 충돌을 야기합니다.
각자의 절박한 사정으로 돈을 쫓는 인물들은 서로 속고 속이며 먹이사슬처럼 얽히게 됩니다. 연희는 이 모든 상황을 주도면밀하게 계획하고 뒤에서 조종하는 듯한 미스터리한 인물로, 그녀의 진짜 목적과 과거는 영화 후반부에 서서히 드러납니다. 돈 앞에서 인간의 나약함과 탐욕은 극명하게 드러나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처럼 발버둥 치는 이들의 모습은 처절함과 동시에 블랙 코미디적인 상황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살인, 배신, 사기 등 극단적인 선택을 서슴지 않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긴장감 속으로 관객을 몰아넣습니다.
3. 결말 (스포일러 포함)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연희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과거 자신을 배신하고 이용했던 남자들에게 복수하고 그들의 돈을 빼앗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웠던 것입니다.
- 태영은 연희에게 이용당한 끝에 박사장에게 살해당합니다.
- 미란은 진태에게 배신당하고, 결국 살인 교사 혐의 등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합니다. 진태 또한 돈을 차지하려다 다른 인물에게 살해됩니다.
- 악덕 사채업자 박사장 역시 연희의 계략과 다른 인물들의 욕망이 얽히면서 결국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의 시신 일부와 돈 일부는 중만의 어머니 순자에 의해 처리됩니다.
- 중만은 돈 가방을 잠시 손에 넣지만, 두려움과 죄책감에 시달리다 결국 대부분의 돈을 잃게 됩니다. 하지만 순자가 숨겨둔 약간의 돈 덕분에 아주 작은 희망의 여지를 남깁니다. (혹은 그마저도 불확실한 상황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최후의 승자는 연희였습니다. 그녀는 모든 위험을 제거하고 거액의 돈 가방을 손에 넣어 유유히 사라집니다. 그녀의 차가운 미소는 인간의 탐욕과 생존 본능이 만들어낸 비극적인 결말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결국 가장 냉혹하고 영리한 짐승만이 살아남는다는 잔혹한 현실을 냉소적으로 그려내며 마무리됩니다.
4. 감상평
- "숨 막히는 전개와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력": 영화는 초반부터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빠르게 교차시키며 극도의 긴장감을 조성합니다. 전도연의 소름 돋는 팜므파탈 연기를 비롯해 정우성, 배성우, 윤여정 등 모든 배우들이 각자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극의 몰입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립니다.
- "잘 짜인 각본과 독창적인 연출": 소네 케이스케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각본은 한국적인 정서와 상황을 잘 녹여냈습니다. 김용훈 감독은 신인답지 않은 노련함으로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를 세련되고 스타일리시하게 연출하여 호평을 받았습니다.
- "인간의 탐욕과 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 돈 앞에서 한없이 나약해지고, 생존을 위해 짐승처럼 변해가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단면과 인간 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 "스타일리시한 블랙 코미디와 범죄 스릴러의 조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터져 나오는 블랙 코미디적 요소들은 영화의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시키면서도 씁쓸한 현실을 더욱 강조합니다. 잔혹한 범죄 스릴러의 외피 속에 날카로운 사회 비판과 유머를 담아냈습니다.
총평: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잘 만든 범죄 스릴러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미덕을 갖춘 작품입니다. 배우들의 명연기, 예측불허의 스토리, 스타일리시한 연출이 어우러져 강렬한 영화적 체험을 선사합니다. 인간의 밑바닥과 욕망을 들여다보고 싶은 관객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수작입니다.